N수의 시작
사실 처음에 저는 삼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재수에서 현역 때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고, 한 과목을 아쉽게 본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다른 과목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지막까지 개념공부를 충실히 하지 못했던 것과, 앞 교시에 너무 힘을 빼서 마지막 교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멘탈이 나간 점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과목들은 1년을 더 공부하면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 상황에서 반수를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수를 해야 혹여 실패하더라도 아쉬움이 덜할 것 같아 삼수를 시작했고, 고민 끝에 1주일 정도 늦게 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현역 때 단과를 많이 들어 익숙하기도 했고, 재수를 할 때 학원의 수업과 컨텐츠, 자습 위주의 시스템 등에 아주 만족했기 때문에 시대인재N을 선택하는 데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게 삼수는 마지막 도전이였기 때문에 정말 후회 없이 보내고 싶었습니다. 특히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와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책이나 인터넷 등부터 전면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인강을 볼 때도 현강을 듣는 수준으로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뒤 다시 봤습니다. 혹시 이 글을 3월 정도에 읽게 되신다면, 개강 첫날부터 자신이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 항상 예민하게 인지하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르는 사이에 잠깐 딴생각을 하기는 정말 쉽습니다. 저 또한 공부할 때 항상 원하는 만큼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당시 자신만의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후회가 남지는 않겠지요?
상반기 (6평까지)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약 2달 정도는 집에서 푹 쉬었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그렇지만 3월 초에는 손에 연필이 잘 안 잡히고 한 곳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생각보다 공부가 잘 안 되는 몇 주간은 생체리듬을 수능식으로 맞추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저는 삼수 초반에는 그 전 해와 달라진 시험범위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습니다. 특히 전에는 간접출제 범위였던 수2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수2 개념과 기출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에 주력했고, 나중에는 EBS와 N제를 통해서 실질적인 문풀 실력을 늘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다른 걱정은 예상치 못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지구과학이었습니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시험시간에 지치고 멘탈이 나가서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상황을 완충해 줄 탄탄한 개념학습과 암기가 부족했던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날마다 배운 개념을 누적해서 백지에 써보면서 철저히 복습하고 암기했습니다. 이 방법은 수능 직전까지 활용했는데, 이를 통해 기본적인 암기 문제는 물론 헷갈리는 선지나 자료를 해석할 때도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3월부터 꾸준히 수능 시간표에 최적화하여 공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정해 놓은 생활 패턴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키워드는 ‘항상성’이었습니다. 수업과 자습 시간에 절대 졸지 않았고(피곤한 날에는 차라리 잠자리에 일찍 들었습니다) 주말에도 학원 시간표와 비슷하게 생활했습니다. 가끔씩 토요일 아침에 30분씩 늦잠을 자거나 저녁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는 등의 휴식은 취했으나, 전체적인 시간표는 흔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저는 시대인재N 학생들에게 주말을 잘 활용하라는 조언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반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평일에는 자습 시간과 식사 시간 중간중간에 수업이 끼여 있어 연속적으로 공부를 하는 경험을 할 기회가 적습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집중하여 공부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은 느껴본 자만이 아는데, 그걸 수능에서 처음 경험한다면 안 되겠죠?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이 월례고사나 평가원 시험 이후에 너무 지쳐하는 학생이라면, 주말을 이용해서 긴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공부하는 연습을 해서 시험 체력을 더 키워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반짝반짝한 정신으로 마지막 문제까지 무사히 풀 수 있을 것입니다.
6월 모의평가
저는 6평이 성과를 내는 시험이 아니라 중간점검 정도의 의미만 부여했기 때문에, 전날까지도 이전과 똑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바뀐 시험범위에 대한 걱정으로 수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탓인지 다른 과목들의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와, 각 과목의 비율을 조정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국어는 그동안 배웠던 개념들을 다시 복습하면서 새로운 지문들을 더 풀려고 노력했고, 생명과학은 N제를 통해 문제풀이 감각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지구과학은 수업시간에 주어지는 과제를 충실히 하고 남는 시간은 개념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시험 복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보고 싶습니다. 과목별로 복기를 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의 나쁜 습관이나 사고의 오류를 검증하기 위해서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공부 방법을 어떻게 수정하면 그 문제를 맞힐 수 있었겠는지 고민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6평 수학에서 정말 간단한 계산 문제를 실수로 틀렸었습니다. 상반기에 저는 평소 자습 시간에 수학을 집중해서 정확하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가끔씩 저와 타협하여 몇몇 사소한 오류들은 눈감고 지나갔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6평을 계기로 아무리 간단한 계산 문제도 내가 답을 낸 모든 문제는 맞힌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드러나는 실수 포인트들은 오답 노트에 적어서 ‘다시는 이런 이유로 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문제를 많이 풀어서 비슷한 실수 포인트들을 많이 경험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시험 복기는 자신의 공부 습관의 근본부터 고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답 노트에 틀린 문제를 옮겨 놓는 것에 그치지 마시고, 문제의 어느 부분을 틀렸는지 생각해 보시고 공부 방향을 한번쯤 되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6평까지만 해도 언어와 매체에 시간을 할애할 심리적 여유가 없었고, 화법과 작문과 달리 답이 지문에 없다는 생각에 국어 선택과목으로 화법과 작문을 골랐습니다. 그러나 표준점수에 대한 우려들이 6평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자, 제 목표를 위해서는 표준점수가 더 높은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몇 년 동안 문법 공부를 해왔었기 때문에 인강을 통해 학습 공백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중반기 (9평까지)
6평 이후에서 9평 전까지 저는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이라 지치기도 하고 서바이벌 시즌이 다가오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컨텐츠의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졌는데, 계획한 시간대로 공부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특히 8월에는 거의 한 달 내내 울었던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니 당연하게 공부하는 시간은 줄었고, 그로 인해 성적은 더 안 나오니 더 괴로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때 걱정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문제를 더 많이 풀었다면 그 고리를 더 빨리 끊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계가 아닌 이상 매일매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부가 잘 안 될 때, 여러분만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아무리 공부가 안 되더라도 등원, 하원 시간은 꼭 지키겠다, 또는 하루에 각 과목을 몇 시간씩은 공부한다 등의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내용은 학생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매일매일 나의 마지노선 이상을 지켜나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과도하게 실망하는 일도 없고, 기본적인 학습 리듬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회복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서바이벌 시즌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컨텐츠의 홍수에 휩싸이게 됩니다. 시대인재N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 학생이라면 상반기 때와 똑같은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시대인재 컨텐츠 말고도 스스로 자료를 찾아서 공부할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상반기에 이어서 중반기 정도까지, 웬만한 ‘집중 공부’는 끝내 놓으려고 노력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전에는 부득이하게 하루종일 한 과목의 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서 이해력을 끌어올리려고 하셨다면, 7월로 접어들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전 과목을 공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자료가 워낙 늘어나기 때문에 한 과목이라도 빼놓으면 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감이 균형 있게 날 서 있어야 실수도 덜 하고, 새로 푸는 문제들이 의미 있어집니다. 결국 수능도 하루 안에 전 과목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9월 모의평가
9평 전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9평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고, 대신 아는 문제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전날에 실수/오답 노트를 복습하면서 헷갈렸던 개념들과 출제 포인트를 점검했습니다. 9평 결과는 예상보다 잘 나왔지만, 그 시험에서 다른 학생들 성적도 매우 높았다는 것을 듣고 실망했습니다. 특히 저는 생명과학에서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쉽다는 평이 많은 시험이었음에도 불안정하게 친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습니다.9평 시험 자체는 전반적으로 평이한 편이었기 때문에 당일 복기 작업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으나, 수능이 약 2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실전 연습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각 과목 모의고사 또는 N제 몰아풀기를 1회 이상 했습니다. 이때 폭발적으로 모의고사 형식의 연습을 많이 한 게 균형 있는 감각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하반기 (9~10월)
시험 치고 1주일 동안은 정말 우울했는데, 이대로 수능장에 갈 수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면서 앞으로 남은 2달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쓰레기처럼 흘려버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에 문제 하나라도 더 풀었습니다. 급식을 먹은 후 자습실까지 계단을 뛰어 올라오기도 했고, 10시에 자습시간이 끝나면 집에서 새벽까지 추가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하루에 4시간을 자도 졸리지 않았고, 1주일을 1달처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모든 과목들이 무너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제풀이가 주된 과목이었던 생명과학과 수학 모의고사를 하루에 2~3개씩 몰아 풀었고, Atg 등으로 생명과학의 응용 개념들을 계속 반복 학습했습니다. 어느 정도 그 과목들이 안정된 후에 수학과 생명과학 모의고사 비율은 조금 줄이고, 국어 비문학 스키마 문제집과 지구과학 N제를 주제별로 몰아 풀면서 나머지 과목들을 보충했습니다. 수능 전 한 달수능 10주 전부터 시대인재N은 토요일 오전에 학생들을 불러내서 국어, 수학, 영어 모의고사를 풀게 합니다. 저는 이것이 수능과 가장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실제 수능보다 시작시간이 빠르고 쉬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시험장에서의 긴장감과 불편함을 잘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전 해에 막판 집중력이 떨어져 시험을 망친 케이스였기 때문에, 이 10주 파이널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수능 1달 전부터 저는 시험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해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체력을 기르기 위해 점심을 먹기 전에 생명과학, 지구과학 모의고사를 각각 2개씩 몰아 풀기도 하고, 화장실을 참고 수학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영어 시험이 어렵게 나올 것을 대비해서 모의고사 시간 50분 중에 20분을 영어 듣기에 쓰고(영어 시험 치기 전에 이미 해당 회차의 듣기 파일은 올라와 있었습니다) 독해 문제는 25분 내에 푸는 연습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 실전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없어진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방법이 너무 효과적이어서 저는 일요일에도 수능 시간표대로 모의고사를 연습했는데, 이때는 시험 체력을 기르는 것과 더불어 예상과 다른 모의고사를 만났을 때 침착하게 풀어나가는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되는 모의고사들을 모아놨다 풀었는데, 특히 이때 국어의 언어와 매체에서 20분이 걸렸는데도 시험을 무사히 잘 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실제 시험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수능 전 날 & 당일
수능 전날에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수능 시간표와 비슷하게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국어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했고 10시 정도에 학교에 가서 수험표를 받았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걸어갈 정도의 거리에 있는 수험장을 배정받아 다음 날에 수면 패턴이 틀어지지 않겠다는 안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보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올해도 여전히 홀수형이군. 올해는 운이 매우 좋다.’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려고 했습니다. 다시 부엉이 라이브러리에서 남은 과목의 모의고사를 푼 후, 멘탈 관리를 위해 어려웠던 문제의 해설만 보고, 채점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녁에는 마지막 2주 동안 읽고 있던 실수/오답노트를 복습했고, 수능장에서는 이런 실수 안 한다고 마음먹고 집에 가서 바로 쓰러져 잤던 것 같습니다. 수능 당일에도 크게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수능을 보면서 멘탈이 나갈 뻔한 상황이 2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언어와 매체 첫 문제부터 장문 지문이 잘 읽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 어려운 언어와 매체 세트를 경험했으니 침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떨렸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에 집중하니 긴장감은 점점 줄었고 매체 첫 문제를 풀 때에는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언어와 매체에서 거의 20분을 써버렸지만, 예전 모의고사들의 경험 덕분에 마지막에는 5분의 검토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멘탈 위기는 생명과학 시험이었습니다. 생명과학의 특성상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했는데, 시간 압박 때문인지 두 번째 장을 넘어가며 긴장이 되었고 심지어 감독관 선생님이 OMR에 도장을 찍으러 오셨을 때 풀고 있던 문제가 잘 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했지만 일단은 모든 문제를 다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쉬운 문제부터 재빨리 해결하고 난 뒤 풀이가 곧바로 보이지 않아 건너뛰었던 문제들을 다시 풀어나갔습니다. 사실 수능이 끝나고는 생명과학은 물론이고 다른 과목들에서 실수가 나올 것만 같아 예전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우울해했습니다. 그런데 채점을 하고 나서 찜찜하게 풀었던 문제가 모두 맞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아서 제 성적이 실감이 안 났습니다. 저는 가채점표를 쓰지 않았는데, 12월 10일에 실제 성적표를 받았을 때 국어에서 틀렸다고 생각한 문제마저 맞아서 더 놀랐습니다. 저에게 잘 맞는 시험지를 만나서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수능 이후의 근황
수능을 끝내고 면접을 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12월 10일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푹 쉬었던 것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물리와 화학 개념들을 다시 공부하고, 학교의 모의 면접 질문과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공부했습니다. 물리와 화학 모두 수능식의 문제 풀이보다는 기본적인 공식과 개념을 교과서를 통해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해당 개념들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교과서 탐구활동이나 ‘더 알아보기’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생명과학이나 지구과학은 수능 선택 과목으로 개념은 상당 부분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서, 빼놓은 부분이나 더 발전된 응용 사례 위주로 보았습니다. 인성 면접과 관련해서는 거의 학교 기출을 활용했습니다. 모의문제와 예년의 의예과 면접 기출문제의 질문 포인트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2년 동안의 의예과 기출 문제를 참고하되 연세대학교 수시 전형의 인성 기출 문제를 주로 활용했습니다. 최대한 실전처럼 연습하기 위해 8분을 재고 풀었고, 답변 내용을 개요 형식으로 적어 놓고 난 후 혹여 놓친 부분이 있는지 학교에서 제공한 답지를 참고했습니다. 면접일이 가까워지면서 실제로 답을 소리내어 해 보고, 녹음해서 들어 보기도 하면서 답변을 다듬어 나갔습니다. 다시 한 번 수능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스스로를 믿고 라이브러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흔히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일정 부분 공감이 갑니다. 결과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 과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결과를 아예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밟아가고 있는 과정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부끄럽지 않은 과정인지 가끔씩 되돌아보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수능에서는 마음 관리가 생각보다 아주 중요합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감정 기복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스스로 다독거려 주고 때로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서 최대한 마음 상태를 잔잔하게 유지해 주세요. 그리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수능장에 가셔서 원하는 바를 이루고 오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