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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인재재종 울산대학교 의예과 합격 수기 (시대인재재수종합학원 7기 울산대의대)

 

1년간의 공부 몰입도에 대해 말해주세요.

2~3월은 수험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겨울방학 때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후회 없이 놀만큼 놀고 재수학원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3월엔 학원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10개월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수능특강에 있는 쉬운 문제부터 천천히 예열하자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공부하고, 주말엔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2월 말, 즉 개강 초반에는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 다시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강의를 열정적으로 들었었고, 강사 컨텐츠와 시대인재 컨텐츠를 가리지 않고 풀었습니다. 3월에는 학원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했고, 개념 복습도 끝나서 공부 실력을 서서히 올리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따라서 첫 월례고사였던 3월 서바이벌에서는 고3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실력 상승을 도모해야겠다는 생각에, 4월부터 6모 전까진 공부의 강도를 높여갔습니다. 국어, 영어 점수는 유지가 목표였고, 수학과 과학탐구 점수에 큰 변화를 주고 싶었기 때문에, 국어는 매일 아침에 1시간 정도 투자했고 영어는 일주일에 1시간, 나머지 시간은 수학과 과탐에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새로 시작한 과목인 생명과학1, 그리고 가장 부족했던 과목인 수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3월에 비해 5월 월례고사 빌보드에서 등수가 많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에서 굉장히 만족할만한 성적을 받고, 이제부터 하반기가 시작되니 더욱 열정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잘봤다고 자만하다가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저는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히려, 제 공부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사기가 올랐습니다. 다만 이때부터 킬러문제 배제 이슈로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학원에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의미 없는 기사들을 확인하거나 다른 수험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등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3 때 수능 공부를 하며 ‘수능 보기 전에 이런 저런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은 정말 쓸데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제 공부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여름 방학 땐 본가에 내려가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7월엔 서바이벌이 시작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모의고사를 보며 내 실력을 확인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 공부에 대한 의욕이 생겨났습니다. 다만, 이때 학원 구조, 시간표, 급식 등 많은 것이 바뀌었고 외부적으로도 칼부림 범죄 등으로 여러 혼란들이 겹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바뀐 학원 구조가 굉장히 불편했고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것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었습니다. 
8월엔 이러한 외부 상황들이 점차 안정되어갔고 저도 바뀐 학원에 적응을 마쳐서 훨씬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즈음부턴 모든 강의를 100% 집중도로 듣진 않았었습니다. 수리 논술의 경우 논술 생각이 없었기에 듣지 않았었고, 영어 시간에도 가끔은 다른 공부를 했습니다. 수학 수업은 보통 문제에 대한 해설 강의가 주를 이뤘었는데,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해설은 굳이 듣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해설은 집중해서 들었었습니다. 컨텐츠에 관해서도 우선 순위가 잡혀서 중요한 것 위주로 풀고, 과감하게 풀지 않고 버리는 컨텐츠들도 있었습니다. 모든 컨텐츠를 전부 소화하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제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서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해나갔습니다. 
9~10월엔 서바이벌에 더해 10주 파이널까지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말에 공부하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점점 모든 과목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그것이 점수로도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장 걱정이었던 수학에서 연속으로 만점을 받는 경험이 늘어나자 이 정도면 수능도 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3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수능에 ‘준비된 상태’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1월에는 공부보단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수능 날 아프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건강한 몸과 또렷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적절한 수면 시간과 휴식 시간, 밥 먹는 양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내기 위해 조절했습니다. 또한 공부에 있어서도,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를 많이 푸는 대신 복습과 정리를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수능 날, 저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컨디션으로 수능장에 들어갔습니다. 긴장 없이 편하게 풀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잡생각 전혀 없이 온전히 시험에 집중해서 저의 모든 것을 시험지에 보여주고 올 수 있었습니다. 과학 탐구가 끝나고 귀가를 기다리던 그 시간에, 더 이상 제가

수능에 아무 미련이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루 루틴을 설명해주세요.

●평일
매일 6시 50분~7시 20분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피곤한 채로 하는 둥 마는 둥 공부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기 때문에, 아침에 아직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몇 분 더 자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6시 50분으로 기상 시간을 정했지만, 가끔은 7시 10분, 심한 날은 20분에 기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는 단순히 더 자고 싶다고 더 잔 것이 아니라, 저의 컨디션을 보고 결정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원칙적으로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침은 거르지 않고 먹고, 7시~ 7시 30분에 학원에 도착하여 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나눠주던 국어 엑셀부터 푼 후 문학 분석, 국어 주간지 풀이 등을  1시간~1시간 반 정도 진행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이 시간에 국어 모의고사를 풀고 오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9시부터 귀가 시간인 10시까지는 기복 없이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아침, 귀가 직전에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점심을 먹고 나면 졸린 학생들은 시간에 따라 집중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기복 없이 일정하게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감정적으로도 무던하며 잡생각이 별로 없고, 스스로 공부 방향을 잘 이끌어가고,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졸지 않으며, 카페인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수 내내 꾸준히 운동을 하였고, 무리해서 공부하는 대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쳤던 적은 없었습니다. 수면 시간도 약 7~8시간으로,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서 많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3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1시간 공부하는 게 무조건 낫다는 저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페인 음료나 커피 등도 전혀 섭취하지 않았고 온전히 제 힘만으로 집중력을 유지했기 때문에도 시간에 따른 집중력 기복이 없었습니다.
아침 시간에 국어를 하는 것 외에 제가 가졌던 특별한 공부 루틴은 없었습니다. 보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학생들과 달리, 저는 그때그때 저의 컨디션, 필요성에 따라 공부 과목 및 시간을 조절했습니다. 예를 들어 집중력이 살짝 떨어져 수학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그때 계획된 양을 지키느라 꾸역꾸역 수학을 지속한다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정 과목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인지하면 바로 과목을 바꿔 저의 집중력을 높게 유지시켰습니다. 모든 과목을 하기 싫었다면 한국사를 공부하며 깨어있는 시간동안 항상 집중하는 습관을 지켰습니다. 6시에 외출 시간이 있었으나 외출했던 적은 없었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항상 공부를 했습니다.
10시가 되면 그날 생각했던 양을 지켰든 지키지 않았든 웬만하면 바로 귀가했습니다. 귀가에 약 10분 정도 시간이 들었는데 이때 가족들과 통화를 했고, 집에 도착하면 10분 정도 간단한 운동을 한 뒤 씻고 바로 취침했습니다. 통화나 운동이 길어지더라도 11시 15분 전에는 항상 취침을 했습니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보면 다음날 컨디션에 악영향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주말
주말에는 평일보다 10~20분 정도 늦게 기상했습니다. 오전은 운동 및 휴식시간으로 썼고, 점심을 밖에서 먹은 뒤 오후에 학원으로 등원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엔 필요한 공부량에 따라서 귀가해서 휴식하기도 했고, 다시 학원에서 9시까지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또 컨디션이 안 좋다고 느끼면 등원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도 하였고, 상반기에는 가끔 친구들과 노는 날도 있었으며, 가족들과 밥 먹고 산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평일에는 하루 종일 실내에서 앉아있기 때문에 주말엔 적절한 운동량을 채우고 밖에서 햇빛을 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따라서 일부러 밥 먹으러 먼 곳까지 걸어가기도 하였고, 운동은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까지 열심히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평일에는 하지 않았던 핸드폰도 꽤 하면서 생각보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는데, 저는 이것이 제가 평일에 잘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주말에 논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고 공부와 휴식에 대한 on/off가 확실한 것이 장기적인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요인이었습니다. 특별히 정해진 공부 루틴은 없었지만, 이러한 생활 습관들이 제가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잘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수험 생활 중 좌절감을 느꼈을 때는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서바이벌 기간이 막 시작되고 수학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즉 7~8월에 가장 큰 좌절감을 느꼈었습니다. 상반기에 수학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스스로 수학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서바이벌 점수가 88점 내외로, 재수를 시작할 때와 다르지 않게 나오자 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당했던 것인지 회의가 들었고,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안정적인 100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수에 따른 불안이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다만 나아가야 한다는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저는 객관적으로 저의 상반기 수학 공부를 돌아보고, 시험지를 끊임없이 피드백하며 특별히 약한 부분이 있는지, 반복되는 실수가 있는지 점검하였습니다. 이때 ‘오답노트’를 만들었었는데 이것이 수능 때까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오답노트라 함은 틀린 문제를 옮겨 적은 후 올바른 풀이 과정을 다시 적는 것을 말하지만, 저는 그 문제를 다시 푸는 것만으로는 다음에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것보다는 저의 사고 과정을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도 ‘단순 실수’라고 치부하지 않고 세분화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 접근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던 경우: f(x)와 f'(x)가 복잡하게 곱해져 있을 때 함수를 통째로 적분할 수 있음 
- 도형 풀이 과정에서 필요한 사고를 못했던 경우: 각에 관해 묻는 문제는 그 각을 포함하는 삼각형 찾기
- 실수의 경우:  적분구간을 생략해서 쓰지 않기/루트를 풀 땐 절댓값을 거치기
이와 같이 틀렸던 문제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스캔해 아이패드 메모앱에 붙여 넣고, 사진 위에 ‘문제에서 주어진 상황+그 상황에서 해야 하는 사고’를 한 줄로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오답 정리를 한 문제가 100문제가 넘어가니 수학 문제를 효율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면밀히 해체하여 유형별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니 모의고사에서도 제가 써 놓았던 한 줄 피드백이 쉽게 떠올랐고 점수는 자연스레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성한 내용들은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으며 스스로에게 상기시켰습니다. 문제를 실물로 저장하지 않으니 다시 찾아보기도 편했으며, 꼭 필요한 문제들만 모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인 복습이 가능했습니다. 푼 모의고사를 버리지 않고 ‘언젠가 다시 보겠지’ 하고 무작정 쌓아두는 행동, ‘또 계산 실수했네. 실수만 아니면 사실은 00점인 거겠지?’하고 현실을 회피하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았기에 성적 정체기가 빠르게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수학 성적을 올렸던 또 다른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학습 담임 선생님 (학슴 매니저)의 학습 상담에서 들은 방법이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학습 담임 선생님(학슴 매니저)께 의지해서는 안 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도 재수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상담을 하며 선생님께 들은 수학 공부법을 바로 실천했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부법은 수학 N제를 시간을 재고 푸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하반기엔 실모를 더 많이 풀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실모에 집착하는 대신 N제의 문제들을 3분 내로 푸는 연습을 권하셨습니다. 난이도에 관계없이, 모든 문제를 3분 내에 풀려고 하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문제를 ‘잘’ 푼다면 어떤 단원의 문제든, 3분 내외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사고로 접근을 시작하거나, 조건을 빠트리거나, 계산이 꼬이는 등 잘 못 풀고 있을 때엔 시간이 10분 이상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즉, 애초에 수능 수학에서 10분을 넘게 투자할 정도의 어려운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데, 저의 ‘컨디션’에 따라 시간이 낭비되었던 것입니다. 4분 이상 시간이 늘어지면, 하던 풀이를 멈추고, 다시 문제를 읽는 단계로 돌아가 올바른 접근을 찾았고, 막힘없이 풀리는 감각을 기억해두었습니다. 그 감각을 실모에 그대로 적용하여, 시계를 보지 않아도 스스로 ‘시간이 불필요하게 늘어지고 있음’, ‘이 풀이는 최적의 풀이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고 그런 문제들은 거침없이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문제를 건너뛰더라도 나머지 문제를 적절한 시간 내에 풀이하니 시간 부족, 오답이 사라져 점수가 상승했습니다. 또 남은 시간에 못 풀었던 문제로 새롭게 돌아가, 막힘없이 풀어냈다면 너무나도 쉽게 100점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쌓여가는 100점 시험지는 저의 자신감이 되었고, 긴장을 덜어내니 다시 100점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시작되어 수능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시작하는 8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재수, 생각보다 좋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들보다 1년 뒤처졌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고3 수험생활과 재수 생활은 또 다른 것이고,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절차나 복잡한 생각도 필요 없이, 그저 꾸준히 공부만 한다면 고3 때는 막연히 꿈꿔왔던 성적이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게 되고, 올려다보기만 했던 대학들을 안정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1년만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운동도 몇 년은 꾸준히 해야 몸이 좋아지고, 언어도 몇 년을 투자해야 겨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직업을 찾거나 일을 시작하는 것도 최소 몇 년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20대를 시작하는 첫걸음인 대학, 또 한국에서 너무 중요한 학벌이라는 것은 단 1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여러분이 하는 만큼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곧 시작될 여러분의 여정이 힘들 수는 있지만 매 순간이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재수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 자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항상 앞만 보고 달려오며 매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삶을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공부했던 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정신없이 만나서 놀던 친구들과도 잠시 이별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지루하고 외로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는 생활 패턴이 불규칙한 편이었는데, 재수를 거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수능이 끝나도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하고 있습니다. 또 미처 몰랐던 나의 성격, 성향을 되돌아보며 안 좋은 습관들을 고치고 내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재수의 목표는 원하는 대학이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저처럼 재수라는 기회를 가치 있게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벽까지 놀다 피곤하게 하루를 보내고, 지각을 자주 하고, 할 일을 회피하고, 학벌주의에 메여있고, 대학생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고, 남을 비방하는 데 시간을 쓰고, 결국 후회 가득한 마음으로 수능장에 들어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재수조차 의미 있게 하지 못한다면 더 큰 일을 어떻게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재수는 여러분이 좋게 생각하는 만큼 가치가 생기고 여러분이 실천하는 만큼 보답해줍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재수를 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기준으로 썼지만, 다른 일을 하시다 수험생활로 다시 뛰어드신 분들, 혹은 N수생분들께도 전부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시간이지, 절대 아까운 세월이 아닙니다. 
열정으로 타오를 8기 부엉이분들의 수험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수험 생활 중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하반기에 10주 파이널을 볼 때, 점점 높아지는 등수를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남들과의 비교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수가 조금씩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서바이벌이든, 10주 파이널이든 빌보드 등수가 높게 나온다는 것은 제가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이 갖춰졌다는 뜻이고, 수능 전에 나의 위치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가장 높은 등수를 차지했던 것(국영수 만점)이 10주 파이널 때였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듯 등수가 잘 나온다는 사실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게 큰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내 실력은 충분히 괜찮고, 이것을 수능날에 잘 발휘만 하고 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제가 수능이 다가올 때, 마지막 공부를 급하게 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고 결국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수능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서바이벌이나 10주 파이널 등수가 잘 나온다고 해서 자만한 적은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자랑도 하고, 좋은 기분으로 공부하는 것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모든 것은 수능을 위한 모의고사이기 때문에 수능이 아니면 아주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성취감은 공부를 위한 원동력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 자만하고 공부를 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에, 등수가 높게 나온 이후에도 공부의 양이나 방향을 바꾼 것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