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에서 좌절감과 성취감 중 어떤 감정에 더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저는 두 감정 모두에 영향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성취감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우선 좌절감이 드는 것은 주로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이고, 성취감이 들 때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 경우 좌절감은 주로 하원 시간에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괜찮다는 식으로 빠르게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취감의 경우, 마찬가지로 친구,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 약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고양감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수험 생활 중 특히 좌절했던 때는 언제이고, 그 이후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나요?
수능 1주일 전 즈음에 매일매일 전과목 모의고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과목과는 달리 수학이 평소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70~80점대의 점수가 나왔고, 이 때 아마도 특히 심하게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받아온 96,100점은 단순히 시험이 쉬웠던 것 뿐이고 사실 내 실력이 전혀 늘지 않은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수능 1주일 전인데 슬럼프가 온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좌절해버린다면 모의고사를 보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되므로 최대한 그것을 떨쳐내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우에도 딱히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고 평소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함으로써 좌절감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제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그건 그냥 시험지가 이상한거다. 어차피 수능에서는 100점 나올테니 걱정 안해도 된다.”라며 저를 독려해주었고, 저도 수능 당일에 가까워져서는 다행히 부정적인 생각을 모두 떨쳐 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특히 성취감을 느꼈던 때는 언제이고, 그 이후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나요?
대략 수능 1달 전 즈음부터 확실히 수학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시대인재 강기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하루에 수학 실모 3개를 풀면 100점이 안나올 수가 없다.”라는 말대로 저의 경우에는 하루에 수학 실모를 2개 이상은 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략 7~8월 즈음만 하더라도 제 실력으로는 문제풀이에 오답정리까지 하려면 아무리 애써도 실모 1개가 한계였는데 10월부터는 매우 원만하게 실모 2개씩 소화할 수 있었고 심지어 점수도 거의 96~100 사이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저의 수학 실력 향상을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고, 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이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이 성취감을 발판삼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공부몰입도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공부할 때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체력입니다. 정신적인 요소가 공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한 요소는 모두 체력, 즉 신체적인 문제로부터 파생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몸관리를 철저히 하고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운동을 하는 등의 방법이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운동을 하라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수험생활동안 운동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체력관리는 수면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면 관리는 단순히 잠을 많이 자는 것입니다. 저같은 경우 평일에 10시에 하원하면 집에 대략 11시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만약 바로 취침하고 5시 30분에 기상하고 등원하면 6시간 30분 취침한 것이 되고 이러면 그 날 컨디션은 거의 최상이 됩니다. 반면 야식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라면같은 걸 먹고 12시가 넘어서 취침하면 대략 5시간 정도 취침하게 되고 그러면 다음 날 점심까지는 그냥 꿈 속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누적되면 단순히 습관적으로 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컨텐츠 소화속도가 느려짐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다시 이것이 누적되어 슬럼프가 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수능이 임박한 시점부터는 취침 1시간 전부터는 절대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고, 야식도 먹지 않거나 최대한 빠르게 먹고 11시 30분 전에는 취침해서 6시간 수면을 최대한 지키려고 했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일요일에 물2 단과강의 1개만 듣고 나머지는 모두 쉬었습니다. 휴식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험생활 중 특별히 자신 있고 잘했던 강점 과목은 무엇인가요? 그 과목을 잘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했던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모든 과목들 중 특히 국어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첫 번째는 제가 학창시절 많지는 않지만 철학책을 조금 읽었던 것이고 두 번째는 제가 학창시절 한자를 대략 2000자정도 외워둔 것입니다. 우선 흔히들 이야기하는 책을 많이 읽어야 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굳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라는 것은 조금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학창시절 책을 읽어둔 것은 그저 출발선이 조금 앞당겨진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본인이 책을 많이 읽었다면 조금 좋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다음으로 한자는 웬만해서는 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긴 합니다. 제가 2000자를 외우는데 든 시간이 대략 1달 정도였는데, 저의 경우에는 한자를 공부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같은 한국어를 읽어도 같은 언어로 느껴지지 않는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자어가 나올 때마다 단순히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는 단어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단어의 의미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자는 외워두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자 역시 마찬가지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 방대한 분량을 모두 암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미 한자를 어느 정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수능 국어를 위해 굳이 한자를 처음부터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처럼 수능 국어를 대비하는 데 있어 독서를 하거나 한자를 공부하거나 하는 등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것이 수능 국어의 핵심은 아닙니다. 수능 국어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당연히 수능 국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시대인재 학생분들은 분명 기본적인 실력은 될 것이라 보고 거기에 맞추어 설명드리자면, 우선 공부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가 하면 기본 개념을 갖춘 상태에서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소화해서 마치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하듯 실력을 상승시키는 방식이 보편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국어의 경우 그 컨텐츠를 소화하는 것이 타 과목에 비해서 조금 더 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학이나 탐구의 경우에는 단순히 문제를 풀고 오답정리를 해서 그 문제를 이해하면 그 컨텐츠를 소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국어도 다르진 않지만 많은 학생분들이 국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그 컨텐츠를 소화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어의 경우 핵심은 문제가 아니라 지문입니다. 단순히 틀린 문제가 왜 틀렸는지 답지를 보고 이해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문 자체를 완전히 이해해서 어떤 문제가 나오든 고민 없이 풀어낼 수 있는 정도가 돼야 그 컨텐츠를 소화한 것입니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할 시대인재N 7기에게 추천 또는 비추천하는 방법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성해주세요.
우선 모든 과목을 공부하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소화하라는, 즉 단순히 공부를 그저 많이 하라는 조언 말고는 딱히 적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수학을 예로 들어서 우선 시대인재에서 나오는 컨텐츠인 FLOW, 브릿지, 엑셀, 서바 등과 각종 인강사이트에 있는 강사들의 n제와 모의고사, 그리고 시대인재북스에 있는 n제와 모의고사 등 시중에 있는 컨텐츠는 있는 대로 긁어모아서 전부 소화하겠다는 욕심을 갖고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2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2024학년도부터는 서울대의 경우 필수가 아니게 되어 아마 수험생들 사이에서 많은 혼란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1과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2과목 풀에서 서울대 지망생들이 모두 빠져서 의외로 2과목이 블루 오션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른 판단입니다. 1과목을 할지, 2과목을 할지 그것을 6평을 보고나서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마치 미적을 할지 기하를 할지를 6평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2과목은 6평에서는 블루오션이지만 수능에서는 레드오션인 경우가 많고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잡음에 신경쓰지 마시고 그저 본인의 판단대로 과목을 선택하셔서 묵묵히 공부하시면 된다는 것입니다.
수험생활을 하며 수기에 꼭 남기고 싶었던 내용이 있다면 작성해주세요.
추가적으로 수기에 남기고 싶었던 사소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좀 적어보자면 솔직히 저는 이런 수기를 적을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시대 내에서도 빌보드에 몇 번밖에 들지 못했고 9평 성적 역시 의대는 가기 어려운 성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작 역시 상당히 늦은 시기인 8월부터였고 애초에 목표도 서울대 공대여서 그냥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본인의 성적을 가지고 수능 성적을 예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연초가 되면 “본인 작수 xxxxx인데 의대 ㄱㄴ?”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근데 저는 사실 그런 식으로 따질려면 애초에 반수를 하면 안됐습니다. 성적 상승은 오로지 본인 하기 나름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성적을 가지고 미리 한계를 정해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시대인재N 7기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해주고 싶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의 조언에 너무 귀기울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은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그 경험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은 온전히 여러분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선배가 이렇게 해서 의대 갔다고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속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 수기에서 적은 것 역시 저만의 경험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 결과물이지만 애초에 저와 여러분은 다르고 제 생각이 진리도 아닙니다.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배들의 조언은 그저 참고로만 삼고 여러분이 공부를 하든 아니면 미래에 어떤 결정을 해야 될 순간이 오면 온전히 여러분의 뜻대로 여러분의 삶을 이끌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