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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종합학원 시대인재 연세대 의대 합격 수기

 

 

 

1년간 공부몰입도를 설명해주세요.

반수반 개강 이전인 2~5월은 공부를 사실상 거의 놓고 있었습니다. 다시 수능을 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수시 7장이 다 떨어진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반수를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반수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용석(프리오드) 컨설턴트님을 찾아갔었는데, 제 모의고사 점수를 고려할 때 1학기부터 무리해서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놀았습니다. 제가 탐구를 물1생1->물1지1으로 바꿔서, 지구과학 개념강의 절반 정도만(여섯 단원 중 세 단원) 기숙사에서 몰래몰래 들어두었습니다.

6.20일에 1학기 종강과 동시에 반수반 개강이 있었습니다. 시대인재 개강이 1학기 종강보다 조금 빨라서 반수반 첫날에 외출해서 비대면 기말고사에 응시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작한 반수는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놀기만 하다가 앉아서 공부를 하려 하니, 집중이 정말 안 되더라고요. 억지로 억지로 앉아있으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가끔 정말 힘들 때 주말에 동기들을 불러서 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적응이 어느정도 되고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되자 슬슬 공부하는 것이 다시 익숙해 지기 시작합니다. 반년을 쉬었지만 문제 푸는 법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지, 문제도 이제 술술 풀립니다. 본격적인 실모 시즌 직전인 이 시기에 개념과 N제 풀이를 어느정도 마무리 해 두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것 같네요. 매미 소리를 asmr 삼아서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엄청 거슬렸습니다. 자습실이 2층 창가쪽이었는데 매미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에 시달렸습니다. 좌석을 고를 때 유의하세요.)

9월쯤 되면 파이널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제 시대인재의 최고 장점인 서바이벌을 비롯한 각종 실모가 쏟아져 나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모 푸는걸 좋아해서, 거의 하루종일 실모만 풀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집중이 안 될 때도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마법처럼 바로 몰입이 되는게 실모라서, 이때부터 공부의 집중도가 확 올라갑니다. 수능 때까지 푼 실전 모의고사들을 세어 보면 전과목 합해서 500~600개정도였습니다.

11월쯤 돼서 수능이 다가오니 감정이 요동쳐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싱숭생숭하고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잘 볼 수 있을까? 수능을 망치고, 수시까지 또 다 떨어진다면? 그렇게 복학을 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렇게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질때는 역시 실모를 펼쳐서 이를 잊고자 했습니다. 실모 풀 때 만큼은 이 세상에 나와 시험지뿐이니까요.

수능 당일날에는 살면서 발휘해본 적 없는 집중력을 끌어내어 문제를 풀었습니다. 제가 현역 때 수능을 망친 이유중 하나가 수면의 부족이었습니다.

올해는 잠을 푹 자기 위해 시험 전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이를 실천했습니다. 시험 전전날에 4시간 정도만 자서 심신이 매우 피곤한 상태를 만들고, 하루를 어떻게든 낮잠 없이 버틴 뒤에, 시험 전 9시에 누워서 기절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떨리는 마음과 관계 없이 너무 피곤하여 금방 잠에 들 수가 있습니다. 월례고사를 이용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데 부작용은 없는지 자기 몸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생체 실험을 몇 번 해 보고, 안정성을 확보, 시험 전 마다 루틴화하였고 수능 때도 마찬가지었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9시간 숙면을 취한 뒤 맑은 정신으로 집중해서 시험을 칠 수 있었습니다.



수험 생활 중 특히 좌절했던 때는 언제이고, 그 이후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나요?

9월 월례고사를 치고 나서 가장 크게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수학 3점문항을 3개씩 틀리고, 다른 과목도 전부 삐걱거려서 딱 전적대 성적이 나왔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반수를 시작한 뒤 모의고사들에서 선전 중이었는데 전적대 성적이라니. 마치 내가 무슨 노력을 하더라도 수능을 망쳐버릴 그 일말의 가능성만큼은 절대 지워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을, 얄궂게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외에도 모의고사 성적이 잘 안 나올 때 조금씩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점수가 안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대응했습니다. 우선 개념 공부의 부족이나 특정 파트의 문제풀이 실력 미숙 등과 같이 제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그 이유였다면, 수능이 아닌 연습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그 파트에 대한 집중적인 보완을 했습니다. 반면 어이없는 선지 오독처럼 노력만으로 고치기 힘든, 어느정도 운적인 요소가 작용하여 점수가 잘 안 나온 것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겼습니다. ‘뭐 수능 때는 잘 읽고 잘 풀겠지’ 하고, 멘탈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실수들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모의고사를 풀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N수를 하게 되면, 모의고사를 정말 많이 풀게 됩니다. 그 누구도 시험 성적이 항상 잘 나올 수는 없습니다.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 점수 조금 못 나왔다고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진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모의고사를 통해 얻어갈 것은 얻어가되, 그게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치진 않도록, 건강한 마음으로 대응하시길 바랍니다.



반대로 특히 성취감을 느꼈던 때는 언제이고, 그 이후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나요?

제가 올해 수능 지구과학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만큼 지구과학에 조금 더 신경을 썼는데, 과목 특성상 어느정도 시간을 들인 만큼 점수가 나와주었기 때문에 점수가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것을 보며 상당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반수를 시작하고 열흘도 안 돼서 친 6월 월례고사 때 지구과학 원점수가 32점이었습니다. 괜히 바꿨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바꾼거 최선을 다하자 생각하여 계속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쌓다 보니 여름쯤부터는 서바이벌 점수가 47이상으로 고정되다시피 하여 적잖이 뿌듯해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맥락인데, 서바나 월례 점수가 잘 나올 때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사설 모의고사 점수가 대체로 괜찮게 나왔고, 월례고사 점수는 9월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상승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역 때 모의고사들을 전체적으로 잘 보다는 사실에 자만하다 수능 때 미끄러졌었기 때문에 점수가 잘 나온다는 사실에 취하지는 않고자 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크게 좌절하거나 의기양양하거나 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오래 하게 되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무덤덤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실패는 성장을 향한 동력이 되고, 성취는 공부하는 과정을 더 유쾌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오래 지속된다면 반복되는 실패에 체념이 싹트거나 들뜨는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좌절과 성취에 휘둘리기보다는, 그러한 것들에 조금은 더 신경을 끄고, 공부하는 과정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이 수능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엔 무엇이 있었나요?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를 각각 구분해서 설명해주세요.

감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정리해 보자면 확실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불안, 건강하지 않은 몸, 혼자 공부 한다는 외로움 정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은 결과가 단 하루, 내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에 전적으로 결정되는 잔인한 시험입니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의 수능 점에 대해 100%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항상 어떤 이유로든 실패할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고, 또 걱정하게 됩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식으로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또 몇 번 말했듯 공부하는 내내 몸 상태가 그닥 좋지 못했습니다. 내가 몸만 건강했어도 더 공부할 수 있을 텐데, 아니, 아예 수능을 다시 치는 일이 없었을 텐데. 이런 생각들 때문에 공부하다 보면 나 자신이 미워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또 재수생의 일상은 비록 중간중간에 친구들과 연락을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입니다. 결국은 책상에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긴 시간들을 이겨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들어오기 좋은 상태입니다. 장기간 혼자 공부하다 보니 앞서 말했던 나쁜 요소들로 인한 나쁜 생각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게 됩니다.

반면 감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재도전의 기회 등에 대한 감사,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정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감사는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합니다. 그냥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험과 연구가 많이 된 결과입니다. 저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항상 감사한 태도를 유지하고자 하였습니다. 비록 힘든 과정이지만, 내가 부모님의 지원 아래 서울 올라와서 좋은 학원 다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생각했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학원 근처에 잘 곳이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인생 중요한 경험 해 보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사지 멀쩡한 것도 감사할 일이고, 밥 세 끼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이렇듯 남들과의 비교를 잠시 그만두고 나의 삶을 살펴 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자기 나름의 축복들을 발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 보면 부정적인 마음이 어느정도 누그러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주저하지 않고 누린 것도 건강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말 시시콜콜한 행복이어도 좋습니다. 내가 하원하고 너무 메로나가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참지 않고 메로나를 사 먹는 것. 식단에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을 때 급식판에 잔뜩 퍼 가는 것. 자기 전 정말 듣고싶던 노래를 무한 재생 하는 것. 주말에 식사 후 친구들과 떠들다 학원에 들어가는 것. 모두 보잘 것 없을 수 있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일들입니다.

누구나 감사할 일들이 존재하고, 또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들도 존재합니다. 일상 속에서 이런 작은 일들을 놓치지 않고 누리는 것이 삭막한 수험생활을 이겨내는 힘이 되줄 것입니다.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긍정적인 요소를 유지하기 위해 한 행동과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극복하기 위해 한 행동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불안함을 다스리기 위해 계속 스스로를 타일렀던 것 같습니다. 불안해하는 나를 위해 다음과 같은 말들을 나 자신에게 반복해서 해 주었습니다,

-수능 때도 평소처럼 나올 거야. 지금까지 푼 실모가 몇 갠데. 힘내자.

-복학만 면하자. 딱 한 급간만 올리는거야. 진짜 말도 안되게 실수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수능 망하면 어때? 수시 6개중 하나는 붙겠지.

-수시 다 떨어지고 복학하면 또 어때? 내가 나인건 안 변하잖아.

새하얀 거짓말들이죠. 수능 망하고 수시 떨어지고 하면 괜찮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래도 이런 말들로 나를 속이고, 애써 쿨한척 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속적인 자기 암시가 먹혔는지 수능 때쯤 되니 진짜 저렇게 생각하는 쿨한 사람이 돼버려서, 가장 중요한 결전의 순간에 떨지 않고 제 실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긴장 많이 하시는 다른 분들께도 이런식으로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너무 마음이 편해져서 나태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능 때 긴장하지 않는 만큼 중요한 것이 수능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니까요. 마음 편하게 먹되 최선을 다합시다.

또 기분 전환 겸 해서 주말에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다만, 친구들과 만난다는 것이 어디 놀러가고 술 먹고 하는 것보다는 가볍게 밥을 먹는 정도였습니다. 만나서 이번주에 친 월례 고사 문제들에 대해 평가를 하고, 서로 3점짜리 문제 틀린 것을 놀리고,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한탄하다 보면 그래도 울적한 마음이 어느정도 괜찮아졌습니다.

몸 관련해서는 한의원 다니고, 스트레칭 자주 하고,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앞 항목들에서 한 얘기들이라서 굳이 다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시대인재N에 하고 싶은 말이나, 수험생활을 하며 수기에 꼭 남기고 싶었던 내용이 있다면 작성해주세요.

재종 생활을 하며 여러 수기들과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서, ‘사람인가’ ‘어떻게 한 거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수능 잘 보고 싶다’ 등과 같은 생각들을 종종 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은근히 인터뷰를 하거나 수기를 쓰게 되면 어떨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어떻게 그 망상이 현실이 된 것 같아 참 감개무량합니다. 또 한 명의 성공한 재수생이 되어 내가 공부할 때 그런 사람들을 보고 한 생각들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사람인가’. 네. 똑같은 사람입니다. 수능을 처참하게 망쳤던 현역 때의 나, 그리고 수능장에서 문제들을 거침없이 풀어나간 나 모두 근본적으로 크게 다를 것 없이 똑같은 나입니다. 대단한 사람이 돼야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한 거지’. 수능을 잘 본 사람만의 대단하고 특별한 비법이 있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남들과 똑같이 수능 공부를 대비하는 정석적인 루트, 즉 개념 학습-문제 풀이 학습-실전 모의고사 풀이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간 것입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했네요.

만약 이걸 보고 있는 수험생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생각한 저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던 것과 같이,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보고, 낙천적인 태도보단 긍정적인 태도로, 결국에는 묵묵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자신의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젊고 건강한 시절의 피같은 시간을 희생하며 재도전에 뛰어든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