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과Ⅱ 필수 폐지 후 새로운 문턱.. 의대 ‘물리 또는 화학 필수 응시’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올해 수능에서 만점자를 제치고 표준점수 수석을 기록한 대구 경신고 출신 재수생 이동건씨가 2024학년 정시에서 서울대 의예과에 최초합격했다. 이 씨는 수능에서 표점 최고점이 높은 화학Ⅱ 생명과학Ⅱ를 응시하면서 만점자(435점)보다 높은 표점(449점)을 획득했다. 서울대 의대와 함께 지원한 연세대 의대에서도 최초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수능 속 유일한 수능 만점자인 외대부고 출신 재수생 유리아씨 역시 정시에서 지망하던 연대 의예과에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 씨의 경우 그동안 서울대 자연계에서 적용하던 과탐Ⅱ 필수조건이 폐지됐음에도 ‘물리 또는 화학 필수 응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서울대 의대 지원이 불가했다. 유 씨는 수능 탐구에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택했다. 특히 표점 수석과 수능 만점자 모두 의대에 합격하면서 의대 열풍의 정점을 기록했다.
표점수석 이 씨는 2023학년 성균관대 의대에 진학했지만 서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2024대입에 돌입했다. 이 씨의 수능 표점은 국수탐(2과목) 합산 449점이다. 국어에서 언어와매체, 수학에서 미적분, 탐구에서 화Ⅱ 생Ⅱ를 선택했다. 수능에서 국어(최고점 150점) 수학(148점) 화Ⅱ(80점) 만점을 받았으며 생Ⅱ에서 한 문제를 틀려 표점 71점을 받았다. 이 씨는 수시에서도 서울대 의대에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시의 경우 표점 수석을 기록함과 동시에 탐구 역시 화학을 선택해 서울대 의대 과탐 요건도 충족했다. 이 씨는 공공의료쪽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 의대 진학 후 외과 의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2024학년 정시부터 그간 적용하던 과탐Ⅱ 필수조건을 폐지하고 Ⅰ+Ⅰ 조합도 인정했다. 하지만 의대의 경우 물Ⅰ 물Ⅱ 화Ⅰ 화Ⅱ 중 한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 응시과목을 내걸면서 만점자의 서울대 의대행이 어려워졌다. 만점자 유씨는 뇌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의대에 지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탐 생Ⅰ 지Ⅰ 선택에는 후회가 없으며 임상으로 환자들과 만나며 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2024수능 만점자와 표점 수석이 모두 재수학원 출신 재수생이자 2명 모두 의대에 합격하면서 의대 열풍을 재확인했다. 전년도인 2023수능의 경우 만점자 3명이 모두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재학생이었던 권하은(현대청운고) 씨와 최수혁(포항제철고) 씨가 수시로 서울대 의예에 합격했으며 재수생 황 씨(중동고) 역시 서울대 의예에 정시로 합격하면서 만점자 전원이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
<표점수석 449점 ‘최고’.. ‘서울대 의대, 연대 의대 최초합’>
자연계 ‘표점수석’인 이동건씨는 1일 발표된 서울대 정시 합격자 발표에서 서울대 의대에 최초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소재 일반고인 경신고 출신 재수생 이 씨는 생Ⅱ에서 한 문제를 틀려 국수탐(2과목) 표점 합산 449점을 기록했다. 만점자 유 씨(435점)보다 14점 높은 표점을 기록하면서 전국 수석에 올랐다. 이 씨는 2024정시에서 서울대 의대와 연대 의대에 지원해 2개교 모두 최초합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씨의 출신 고교인 대구 경신고는 올해 이씨 뿐 아니라 3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 실적을 기록하면서 눈길을 끈다.
한 문제를 틀린 학생이 만점자보다 표점이 높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선택과목 최고점이 상이한 구조 영향이다. 수능 만점자인 유 씨가 생Ⅰ(69점) 지Ⅰ(68점)을 선택하면서 과탐 표점 합 137점을 기록했지만 표점수석 이 씨는 화Ⅱ(80점) 생Ⅱ(표점 최고점 73점/이 씨 71점)를 선택하면서 한 문제를 틀렸음에도 151점을 기록한 것이다.
대구의 대표적 교육특구 수성구의 일반고인 대구 경신고는 ‘의대 강호’로 불린다. 1978년 개교해 2011년 자사고로 전환되어 7년간 운영, 2018년 다시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로, 의대 실적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최근인 2024대입에서도 수시2명 정시2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눈길을 끈다. 2023대입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자 1명을 배출했다. 2023의대 합격자는 41명으로 전체 고교 중 톱10에 위치했다. 2022대입에서는 서울대 의대 3명을 포함, 의대 합격자 73명을 배출해 일반고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2021의대 합격자는 84명이다. 서울대 합격 실적은 2024대입에서 15명(수시3명/정시12명)이라는 주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등록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3대입에서는 수시 2명, 정시 3명으로 5명의 실적이다. 2022대입에서는 수시 3명, 정시 5명 등 총 8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했다. 대입에서 ‘합격’과 ‘등록’은 혼용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합격자 수는 수시와 정시에서의 최초합격/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을 총망라하는 개념으로 통상 등록자 수보다 다소 많게 산정된다.
<수능만점자 435점.. 연대 의대 최초합>
역대급 불수능 속 유일한 만점자인 외대부고 출신 자연계 재수생 유리아씨는 연대 의대 정시에서 최초합했다. 유 씨는 수능에서 국어는 언어와매체, 수학은 미적분, 탐구는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택했다. 영어 한국사 역시 1등급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역별로 국어 150점, 수학 148점, 생Ⅰ 69점, 지Ⅰ 68점을 기록했다.
특히 수능 만점자의 경우 대부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는 것과는 달리 유 씨는 연대 의대에 진학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수능의 유일한 만점자임에도 불구하고 2023학년까지 만점자의 서울대 진학을 막았던 과탐Ⅱ 요건이 사라진 대신 신설된 의대의 과탐 요건 때문에 자연계 최고학부인 서울대 의대를 진학하지 못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대는 올해 의대 과탐 필수 응시 과목으로 물리 또는 화학을 내걸었다. 올해 만점자는 과탐에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를 택했다. 교육계에서는 과탐에서 물리 화학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서울대 의대를 노리던 학생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점자의 출신 고교인 외대부고는 최근 10년간 수능 만점자 130명 중 10명을 배출하면서 ‘최다 배출 고교’의 명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올해까지 더해지면 11명의 만점자를 배출한 것이다. 외대부고는 자사고 전환 이후 첫 실적을 낸 2014수능에서부터 4명의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다. 이어 2015수능에서 1명의 만점자, 특히 수능 만점자가 3명에 불과했던 2017수능에서도 1명의 만점자가 외대부고에서 나왔다. 2020수능에서는 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전체 만점자 15명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2021수능에서도 만점자를 배출,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학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만점자 서울대 의대 진학 막는 새로운 문턱 ‘의대 물리 또는 화학 필수’>
서울대는 2024정시부터 자연계에서 수능 과탐Ⅱ 필수 응시 조건을 폐지하고 과탐 Ⅰ+Ⅰ 조합도 허용했다. 기존엔 과탐 Ⅰ+Ⅱ와 Ⅱ+Ⅱ 조합만 허용, 수능 만점을 받더라도 응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서울대에 원서조차 넣지 못했다.
그럼에도 만점자가 또 다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대가 ‘Ⅱ’ 조건을 폐지하는 대신 의대를 비롯한 일부 학과에 대해 ‘물리 화학 중 1과목 이상 필수 응시’ 조건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올해 만점자는 생Ⅰ 지Ⅰ를 택하면서 과탐 응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선택과목 역전 가능’ 표점.. 화Ⅱ 선택 ‘변수’>
만점이 아닌 표점수석이 나온 배경에는 탐구 선택과목의 유불리가 작용한 것이다. ‘표점(표준점수)’은 수능 각 영역에 응시한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다. 각 수험생이 치르는 과목이 다르고, 선택과목 간 난이도도 달라지면서 기존의 원점수만으로는 상대적인 성취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표점을 산출하려면 먼저 수험생의 원점수에서 수험생이 속한 집단의 평균점수를 뺀 값을 수험생이 속한 집단의 편차로 나눈 후, 해당 과목의 표준편차를 곱하고 평균을 더해 점수를 계산한다. 각 수험생의 원점수에서 평균점수를 빼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는 경우 평균이 낮아져 표점이 높게 산출된다. 반대로 시험이 쉽게 출제된다면 평균이 높아지기 때문에 표점은 낮게 산출된다.
평가원이 12월7일 공개한 내용에 의하면 과탐 9개 과목 중 화Ⅱ는 표점 최고점 80점으로 압도적인 최고점을 기록했다. 뒤를 잇는 물Ⅱ 74점과도 6점 차다. 이어 생Ⅱ 73점, 지Ⅱ 72점, 물Ⅰ 화Ⅰ 생Ⅰ 각 69점, 지Ⅰ 68점 순이다. 과탐Ⅱ과목 표점 최고점인 화Ⅱ 80점과 과탐Ⅰ과목 최저인 지Ⅰ간 점수 차가 최대 12점 발생하는 셈이다. 격차는 전년 9점보다 점수 차가 커졌다. 때문에 화Ⅱ가 2024정시에서 최대 변수로 자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탐의 경우 경제 정치와법의 최고점이 73점으로 가장 높고, 윤리와사상 세계사가 63점으로 가장 낮다. 사탐 과목 간 표점 차는 10점으로 지난해보다 과목 간 점수 차가 증가했다. 특히 표점 최고점이 63점으로 낮았던 세계사와 표점 최고점이 80점으로 가장 높았던 화Ⅱ의 격차는 무려 17점에 달한다.
2024수능의 경우 표점 유불리가 극대화됐을 뿐 아니라 현장의 예측과는 정 반대인 역대급 불수능으로 결론 나면서 수험생들은 배신감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특히나 만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만점자 1명은 2022수능 이후 처음이다. 2022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2년 만에 또 다시 역대급 난도를 맞은 것이다. 2022수능 만점자는 인문계인 데 비해 2024수능만점자는 자연계로 다를 뿐이다. 그 마저도 표점 수석과 함께 강남 입시학원 출신 재수생으로 드러나면서 사교육으로 달려가라는 정책신호를 준 것이라는 비판 역시 높아졌다.
출처 :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93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