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공부몰입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24학년도 수능은 저에게 4번째 수능이었습니다. 잠깐 대학을 다니기는 했어도 거의 4년 가까이 수험생활을 했기 때문에 24수능을 다시 한번 응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4번째 수능'이라는 부담감이 1년 내내 존재하였음을 첫 부분에서 말씀드리고 지난 1년간의 제 생활에 대해 서술하겠습니다.
2월과 3월은 현타 (=현실자각타임) 의 시간이었습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지구과학 한 문제 차이로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시대인재를 다시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공부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아... 지구과학 한 문제만 실수하지 않았어도 OO대 의대인데... 거기에 기하 만점 표점만 미적과 같았으면 서울까지 올라오는 건데...” 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지금 나의 상황에 집중하여 공부에 힘을 쏟아야 했던 시기이지만 계속 과거를 떠올리면서 자책하고, 하나만 더 맞았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지 생각하고, 지금 여기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현타가 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공부는 잘 되지 않았습니다.
4월부터는 어느 정도 과거를 털고 다시 일어나서 공부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무작정 공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공부 의지를 가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을 하였고, 생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서 하루 부엉이 라이브러리를 조퇴하고 가고 싶은 대학을 혼자서 가보기도 했습니다. 뒤를 보기보다는 앞을 보기로 결심했고, 5월에는 어차피 6월 모의평가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6월은 6월 모의평가에서 아쉬운 성적을 받게 되면서 고민이 많아졌던 시기였습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들이 많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선택과목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져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에 부진한 성적을 받았기에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7월에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어느 정도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6월 모평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았기에 나름대로의(?) 자극을 받아서 7월에는 반짝 공부의지가 샘솟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기도 하고 덥고 습하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8월에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이때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9월 모의평가를 시원하게 말아먹으며 스스로 증명해보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10월과 11월은 벼락치기의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벼락치기에 자신 있기도 하고, 이제 슬슬 하원 시간에 서늘한 바람 사이로 은은한 수능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없던 공부의지도 샘솟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어를 자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수험생활 중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제가 가장 큰 좌절감을 느꼈을 때는 6월 모의평가 직후였습니다. 사실 작년까지 수학 선택 과목에서 기하를 했었고, 만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점 차이가 꽤 많이 나게 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미적분으로 과목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공통과목인 수학1과 수학2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미적분을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3월 월례고사나 다른 사설 모의고사를 망쳐도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계속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정말 현역 때도 받아보지 못한 최악의 점수를 받아버리면서 정말 큰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수능에서 96점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는 저에게 6월 모의평가 73점은 충격 그 자체였고, 다시 선택 과목을 기하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생겼습니다. 혼자 결정하기에는 사안이 워낙 중대했기에 학습 담임 선생님(학습 매니저)과 재수종합반에 들어오시는 수학 선생님들과 상담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 때의 상담들이 제가 스스로를 믿고 계속 미적분을 공부해나갈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학습 담임 선생님(학습 매니저)께서는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너의 지금 73점이라는 점수가 오로지 미적분만을 망쳐서 그런건지, 아니면 미적분에 집중하다가 공통까지 말려버려서 그렇게 된 건지 판단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셨고, 그 말씀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저의 수학 실력 상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해본 결과 미적분만의 문제가 아닌 공통에서부터 쭉 흔들려버려 이러한 점수가 나왔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고 미적분에 치중했었던 수학 공부 시간을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 간에 균형이 잡히도록 공부 방향을 조정하였습니다.
시작하는 8기에게 추천하는 공부 방법이 있다면?
새롭게 공부하는 시대인재 8기 친구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공부방법은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라”입니다. 아무래도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모여있는 재종에서 생활을 하게되면 왠지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지금 다들 N제를 푸니까 나도 풀어야 하나?“ 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공부, 내 약점을 메워줄 공부를 하기보다는 남들이 다 하는 공부를 하게 되기 쉽습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금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도 믿음을 갖고 진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수를 하면서 ‘2023년이 끝나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가질 만큼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23년도 끝났습니다.
수험생활 중에는 2024년도 절대 끝나지 않고 한참 남은 것 같지만 결국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 2024년의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부엉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